최근 수입맥주에서 제초제성분인 "글리포세이트" 가 검출되었다는 논란에 대한 2019. 04. 29일자 한국일보 기사가 있어 옮겨봅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를 통해 이른바 ‘농약맥주’ 목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랴부랴 해당 맥주를 검사해 문제가 없다고 27일 공식 발표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똑같은 맥주인데 검사 결과가 왜 다르냐, 국내 맥주는 믿어도 되느냐며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사 결과 상반된 이유는 
농약맥주 목록의 출처는 미국 공익연구단체(PIRG)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 중인 주류 제품 20개(맥주 15종, 와인 5종)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 검출량은 칭다오 49.7ppb(1ppb=용액 10억g에 들어 있는 용질의 양), 버드와이저 27ppb, 코로나 25.1ppb, 하이네켄 20.9ppb, 기네스 20.3ppb, 스텔라 18.7ppb 등이다. 식약처는 이들 20개 제품 중 국내로 수입된 11개(맥주10, 와인 1)와 다른 수입 맥주 30개 등 41개 제품을 검사했고, “모두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PIRG와 식약처 검사 결과에 차이가 나는 건 검사 방법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PIRG는 항원항체반응법(ELISA), 식약처는 질량분석법(LC-MS/MS)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맥주 속 특정 성분의 함량을 알아내는 데는 질량분석법이 더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김정한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항원항체반응법으로는 방해 물질이 함께 검출될 수 있지만, 질량분석법은 방해 물질을 배제하고 정확하게 해당 분자(글리포세이트)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항원항체반응법은 글리포세이트를 결합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성분을 넣어 결합이 이뤄졌을 때 특정 색깔이 나게 한다. 맥주 안에 글리포세이트와 비슷하게 생긴 성분이 있다면 마치 글리포세이트인 것처럼 색깔이 날 수 있다. 반면 질량분석법은 글리포세이트와 같은 질량을 가진 물질을 찾아낸다. 우연의 일치로 질량이 똑같은 분자가 맥주 속에 존재하지 않는 한 글리포세이트만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 속 잔류 농약을 확인하는 데는 질량분석법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항원항체반응법보다 기기가 비싸고 결과 확인도 더 오래 걸리지만, 실제 검출된 물질이 농약 성분이 아닌데도 농약으로 오인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식약처는 이번 검사에서 ‘불검출 기준’에 10ppb를 적용했다. 이 이하 수치는 검출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본다는 의미로,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은 기준이다.

지난해 5월 식약처는 국산 맥주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과 기준을 적용해 글리포세이트 검사를 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선 맥주 원료인 보리, 밀, 홉 같은 농산물을 수입할 때 잔류 농약 성분을 검사한다. 때문에 “국산 맥주의 글리포세이트 함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글리포세이트 얼마나 해롭나 
글리포세이트는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몬산토가 생산하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이다. 콩, 밀, 보리 등을 GMO(유전자변형작물)로 개발해 재배하는 과정에서 이용된다.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를 인체에 암을 일으킨다고 ‘추정되는’ 물질이 속하는 ‘2A군’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이나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글리포세이트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제보건기구(WHO)의 글리포세이트 1일 섭취 허용 기준은 1ppm(1ppb=용액 100만g에 들어 있는 용질의 양)이다. 1,000ppb까지는 허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PIRG 보고서가 맞다 해도 인체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오히려 맥주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국제암연구소가 ‘1군’으로 분류했다.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뜻이다.